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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일반

환생했더니 단종의 보모나인, 2022

by 왕님 2025. 10. 1.

작가 윤인수

 

 

20228월에 연재를 시작해서, 20242월에 412화로 외전 포함 완결되었다.

 

조선 역사에서 이 사람이 좀 더 오래 살았으면이라는 생각이 드는 안타까운 사람을 꼽으라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열 손가락을 다 펴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왕으로 제한하면 다섯 손가락으로 줄어든다. 그중의 한 명을 고르자면, 아마 단종이 아닐까 싶다. 뜻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숙부 수양에게 살해당한 소년왕과 그를 지지하던 이들에게 벌어진 일은 무척이나 무자비했고, 끔찍했다.

 

작가는 이에, 어린 단종이 죽지 않았다면, 더 나아가 그의 아버지인 문종이 젊은 나이에 일찍 죽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심리 치료사인 주인공 권윤서는 단종의 생모인 현덕왕후의 후손이다. 우연히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현덕왕후의 금가락지를 만지작거리다가, 자신의 아들을 지켜달라는 목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는다. 눈을 뜬 윤서는 자신이 후일의 단종, 이때는 아직 세손인 홍위의 보모 나인 몸에 빙의된 것을 알게 된다. 윤서는 엄마를 잃은 데다가 바쁜 아버지의 보살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홍위를 보고, 그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이에 그녀는 후일의 문종, 현 세자인 이향의 건강을 챙기고, 주눅이 들어 눈치만 보는 어린 홍위를 제대로 키워보기로 하는데.

 

대체 역사물에서 보기 드문 여자 주인공이다.

 

주인공의 직업이 심리 치료사라 주위 사람들의 상처난 마음을 보듬어 주면서, 극복하게 도와준다. 수양의 아들인 도원군을 비롯한 다른 또래에게 놀림을 받으며 아버지 후궁들의 눈총 속에서 기죽어있던 홍위가 윤서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밝게 커가는 모습이 보는 내내 엄마 미소를 짓게 했다. 그 외에 왕비의 친가를 몰살하는 조선 초의 분위기 때문에 속병을 앓던 소헌왕후를 도와주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거기다 수양이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어떻게든 그 야망을 버릴 기회를 여러 번 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윤서가 살았던 한국에서는 그 일이 벌어졌지만, 지금 살고 있는 조선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이니까. 하지만 수양과 한명회는.

 

주변인들의 성격도 마음에 들었는데, 이향이 윤서에게 수양에게 가담한 자들의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특히 좋았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니까, 그들이 그 일에 가담한 것은 자신이 일찍 죽었기 때문이니까, 그걸 예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종이 윤서에게서 직접적으로 듣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여러 일들을 유추해서 수양이 세손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놀라우면서 살짝 소름이 돋았다. 역시 세종 대왕! 그러고 보니 홍위도 할아버지를 닮아서 똘똘했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왜 윤서가 그렇게 자신을 애지중지했는지 알아차렸으니 말이다.

 

주인공은 문과이지만, 주변인 특히 세종과 문종은 공학도이기 때문에 그녀가 미래에 이러이러한 게 있다고 운을 떼면, 대신들을 갈아서 실제로 만들어낸다. 덕분에 페니실린에, 증기기관차에, 함선에, 총에, 심지어 대만과 호주까지 진출한다.

 

윤서가 너무 21세기적인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게 아닐까? 하는 장면도 있긴 했다. 하지만 남편이 다른 여자를 부인으로 주렁주렁 달고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 못할 일이긴 하다. 그걸 당당하게 요구하는 윤서의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동시에 멋졌다.

 

문장 매끄럽게 잘 읽히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하면서도 정감 가는 것이,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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