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Sector 36, 2024
감독 - 아디티야 님발카르
출연 - 비크란트 마세이, 디파크 도브리얄, 다르샨 자리알라, 바하룰 이슬람
사건·사고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볼 때면, 특히 사회적 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린 판사 얘기라거나 경찰에 관한 기사를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판사, 검사, 경찰 네 가족이 똑같이 당했어도 그딴 식으로 처리할 거냐?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범죄자의 말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 유전무죄, 무전 유죄.
이 영화를 보면, 저 두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게 된다. 그러니까 인간이란 존재는 그 인종과 출신 국가를 초월해서 하는 짓이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다.
제목인 36구역은 이민자와 빈민이 많은 지역이다. 따라서 그 동네의 아이들은 자연스레 범죄에 노출되고, 여자애는 매춘부가 되거나 남자애는 범죄자가 되는 길을 걷는다. 따라서 동네에서 아이가 실종되어도 아이를 잃은 부모만 애가 타지, 경찰이나 행정부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도리어 아이를 찾아달라고 온 부모에게 누가 애 낳으라고 했냐는 등의 모욕을 주었다. 하지만 경찰인 주인공 판디의 딸이 축젯날 납치될 뻔 하자, 그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애들이 가출한 게 아니라, 납치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하는데…….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사실 영화 시작 부분부터 대놓고 알려주긴 하지만, 그 지역 유지의 집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면 자기 집에서 살인이, 그것도 수십 건이 벌어진 것을 주인은 몰랐을까? 이런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지역 유지가 서장님과 어제 술도 먹고, 전화 한 통으로 말단 순경을 자르는 건 숨쉬기보다 쉬운 인간이기에……. 그래, 무전유죄 유전무죄.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고 조지 오웰이 그랬지.
지금까지 몇 편 보지는 않았지만, 인도 영화는 볼 때마다 화려한 군무 장면이 빠지지 않았다. 신나는 노래와 함께 많은 사람이 춤을 추는 장면은, ‘인도 영화가 또!’라는 말이 나오지만, 은근히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나오면 감독과 각본가의 인성을 의심했을 거다.
중간에 도시 곳곳에서 아이들의 유품과 유골이 발견되는 장면에서는 기가 찼다. 하수도에서 백골이 나오는데 진짜, 와……. 절단된 손을 발견한 사람도 있었다는데, 경찰이 원숭이 손이라고 돌려보냈다는 얘기에서는 그냥 할 말을 잃었다. 그때 수사를 제대로 했으면 희생자가 더 나오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부잣집 아이가 납치되었을 때는 전 경찰을 동원해서 3일 만에 찾아내고, 빈민가의 아이가 사라졌을 때는 외면하는 걸 보니, 한숨이 나왔다. 무슨 작품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백인 아이와 흑인 아이가 실종되었을 때 경찰의 수사가 백인 아이 위주로 흘러갔던 내용이 있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지만, 언젠가 읽은 신문 기사와 칼럼 등등이 떠오른다. 그래, 인도만 문제인 건 아니다.
이 영화는 실제로 인도에서 2006년에 벌어진 니타리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두 남자가 약 20여 명에 가까운 여성과 아이들을 납치 감금 강간 장기매매 시체 유기를 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 리뷰를 쓰면서 재판 결과를 찾아봤더니, 몇 년 전에 무죄로 풀려났다고 한다. 하, 씨발. 진짜 현실이 영화보다 더 X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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