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Bottom of the water, 2023
감독 - 임지훈
출연 - 박선혜, 박란, 윤이레, 신동력
가영의 엄마는 무당이다. 그녀는 가영과 수아 두 딸에게 절대로 수살귀를 퇴마하는 굿판에는 오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질풍노도 시기의 사춘기 여고생의 근본은 엄마 말 따위는 상큼히 무시하는 것! 그곳에서 수아에게는 엄마가 퇴치하던 수살귀가 빙의하고 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가영은 성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영은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는데 경찰마저 수살귀에 빙의돼 그녀를 공격한다. 가영은 사라진 엄마를 찾아야 하고, 자신을 쫓는 수살귀에게서 도망쳐야 하는데…….
수살귀란 다른 말로 하면, 물귀신이다. 물귀신은 무척이나 독한 귀신이라고 한다. 그런 얘기 있지 않은가? 사람이 한 번 죽은 연못이나 호수, 바다 등등의 장소는 매년 사람이 최소한 한 명은 물에 빠져 죽는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처음에 누군지는 모르지만,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있고, 이후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아, 이거 다단계 아니야?
하여간 이 작품도 영화 초반에 자막으로 수살귀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수살귀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죽어야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음, 그러니까 사람들이 계속해서 물에 빠져 죽어 나갈 거라는 걸 추측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물속에서만 인간을 공격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물에서 나와 자신이 점찍은 사람을 따라다닌다. 이 작품에서는 가영이 주요 타겟이다.
영화는 세 모녀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환자가 한 명 있는 집은,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은 가족의 일상은 그야말로 건설사가 철근을 50% 이상 빼돌리고 시멘트에 물을 많이 넣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순살 아파트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이 되고 만다.
가영의 집안도 그렇다. 귀신들린 수아는 십 분에도 인격이 왔다 갔다 하면서 폭력과 폭언을 일삼고, 무당인 엄마는 어떻게든 딸을 고쳐보려고 한다. 결국, 집안의 경제는 가영이 책임져야 한다.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었겠지만, 가영은 가족을 끌어안는다. 엄마와 수아까지 모자라, 우연히 만난 고아 소녀까지 책임지려 한다. 어쩌면 이건 영화 ‘에이리언 2 Aliens, 1986’에서 보여준 리플리와 뉴트의 관계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이후 다른 작품에서 성인 여자와 꼬마 여자애가 있으면 은근히 응용되었던, 그런 클리셰말이다. 하여간 이 작품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주고 있다.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 몽환적인 분위기, 서로를 책임지려는 엄마와 딸의 관계, 현직 공포 괴담 유튜버의 조언을 받아 만들었다는 수살귀의 이미지까지, 영화는 꽤 괜찮은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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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까 위에서 물귀신 얘기를 하면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
다단계.
나만 당할 수 없지,
후우, 아까웠던 내 166분. 리뷰 쓴다고 다시 봐서 두 배가 되었다. 그 시간에 게임을 하면 몇 판을 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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