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선웅
출연 -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 이태환
치악산에는, 그러니까 진짜 한국에 존재하는 장소인 치악산에는 1980년도에 18조각 난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괴담이 전해진다. 산악자전거 모임의 다섯 젊은이가 치악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한 친구가 그곳에 별장을 갖고 있어, 거기로 놀러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도착한 첫날,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누가 만들었든지 모르는 크고 작은 돌탑의 돌들이 꼿꼿이 서고, 밝은 빛이 별장을 감싼다. 이후 그들은 한 명씩 기이한 일을 겪는데….
홍보 초반에, 엄청난 어그로를 끌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다. 포스터도 그렇고, 위에 적은 치악산 토막 살인 괴담도 그렇고. 저게 단순히 영화사의 홍보로만 끝나면 모르는 사람이 많았을 텐데, 지역 이미지 훼손이라며 고소한 단체 때문에 모르고 넘어갔을 사람도 알게 되고 말았다. 그런데 어쩌면 그런 홍보를 했기에 사람들이 그나마 보러 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죽했으면 그런 식으로 관심을 끌어야 했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기대하기엔 영화는 조금, 아니 많이 아쉬웠다. 설정이나 소재는 기발했는데, 그걸 끌고 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러니까 공포 영화라면 공식처럼 있는 캐릭터들로만 구성되어서 색다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커플 두 쌍에 솔로 남자애 하나, 그 솔로는 다른 애들에게서 구박 내지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분위기를 띄우는 캐릭터의 특성을 잃지 않았고, 잘생기고 리더 격인 남자애와 그의 파트너이자 비밀을 가진 여자애, 그리고 약간 무개념으로 사건이 터지면 소리만 빽빽 지르는 커플까지. 대충 젊은 애들 나오는 호러영화 아무거나 하나만 골라잡아도 인물 구성이 여기서 많이 다르지 않다.
인물이 전형적이니까 사건의 진행도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후반부라기보다는 중반부터 힌트를 주고 있는 설정도, 다른 외국 작품에서 여러 번 본 소재였다. 그나마 우리나라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설정이라 그나마 참신하긴 했다.
보고 나서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다. ‘디아틀로프 The Dyatlov Pass Incident, 2013’인데, 약간 흐름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디아틀로프말고 또 하나 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아,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수록 기억의 방이 하나씩 폐쇄되는 기분이다. 뭐였지?
하여간 영화를 잘 만들어서 관광객이 늘었다면, 제작사과 지역, 둘 다 윈윈하는 거였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 비록 법원이 제작사의 손을 들어줬다고 하지만, 지역은 지역대로 기분이 상했고, 제작사는 제작사대로 흥행이 좋지 않았다. 슬픈 결말.
아니 그런데 진짜 초반과 막판에 길가메시 서사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거랑 자전거 동호회랑 무슨 관련인데? 애들이 그런 거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거를 아는 애도 없었고, 그런 거를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 그냥 초반에 자막으로 몇 줄 나오고, 후반에 비슷한 상형 문자가 나온다. 그냥 뭐 뜬금없이 안 좋은 때에 안 좋은 장소에 있다가 떼죽임당했다는 건가.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안전운전하고 조심조심 다녀도, 나도 모르는 미친놈 하나 때문에 죽을 수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건가? 하긴 공포 영화를 보면, 새집으로 이사왔다고 좋아했지만, 그 집이 부정탄 곳이면 다 죽고 그러니까…. 그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 밑에 네크로노미콘이 묻혀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
아 1! 그러니까 수메르인들이 중앙아시아와 중국 등등을 거쳐서 한반도까지 진출했었다는 거지? 이야, 이건 또 새로운 역사 관점이네?
아 2! 그 지역에서 영화 개봉하기 전에 고소하지 말고, 개봉 후에 고소했으면 재판부에서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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