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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동양 영화

검은 수녀들, 2025

by 왕님 2025. 3. 17.

영제 - The Priests 2 Dark Nuns

감독 - 권혁재

출연 -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

 

 

검은 사제들의 후속편으로 나온 작품인데, 감독은 다른 사람이다. 후속편인데 감독이 다르다? 그러면 우선 기대를 반 정도 내려놓는 것이 좋다는 걸 수십 년에 걸친 호러영화 감상자로 터득했다. 물론, 그중에 특출난 신인 감독이 있어서 후속편이 전편을 능가하는, 전편은 기억하지 못해도 후속편을 기억하는 때도 간혹 있기는 하다. 간혹이다, 간혹.

전편이 구마 의식을 하는 사제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구마 의식을 하는 수녀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말하길, 구마 의식은 사제만이 할 수 있다고 하고, 사제는 남자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주인공 수녀가 하는 구마 의식은 허가받지 않은, 이른바 몰래 하는, 허가받지 않은 불법 야매 의사의 의료 활동 같은 거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의대는 가지 못했지만, 일을 너무 잘해서 의사들도 믿고 맡기는 그런 간호사가 있다. 너무 잘 해서 의사 중에서는 그녀에게 자기가 할 일을 몰래몰래 맡기고 모른 척하는 경우가 있었다. 간호사는 의사들의 암묵적 묵인하에 의사가 할 법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병원에 새로 온 의사가 거기에 태클을 건다. 수능부터 국가고시까지 우수한 성적을 받은 그는 간호사가 의사 일을 한다는 사실에 화를 낸다. 어딜 의대도 안 나온 간호사가 이런 짓을 하냐고. 이에 지금까지 모른 척하고 그녀를 잘 써먹던 선배 의사들은 아차 하면서, 간호사가 도를 넘었다고 질책하는데.

영화에서 나오는 사제와 수녀의 관계가 저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할 때는 잘 써먹다가, 수녀가 사제의 결정에 반발하자 원래 구마 의식도 하지 못했을 주제에 어디서 참견질 어쩌고저쩌고.

이 영화는 그래서 전편과 다른 결을 띤다. 전편이 악마에 빙의된 소녀를 구하는 사제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면, 물론 중간에 꽃미남 사제의 미모가 분위기를 바꾸기도 했지만, 이번 영화는 좀 달랐다. 수녀는 악마에 빙의된 소년을 구하는 동시에, 사제들의 반대를 극복해야 했다. 그래서 수녀는 자신이 몸담은 교단 밖에서 조력자를 구해야 했다. 그녀가 찾은 건은 전직 수녀 현 무당. 갑자기 한국 무속 신앙과 가톨릭의 화합이라니! 하여간 그래서 영화는 좀 산만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냥 전편에 비해 포스가 약하다는 그런 느낌? 이건 무속 신앙도, 가톨릭도 아닌 그런 느낌?

그리고 악마, 좀 많이 실망했다. 여자한테 할 수 있는 욕이 그거밖에 없냐? 너무 진부하다, 진부해. 기껏 수녀에게 겁주려고 한다는 말이 음기 덩어리나 자궁 어쩌고저쩌고. 차라리 여자의 생식기를 소재로 욕할 거면 넌 적그리스도의 어미가 될 것이다내지는 넌 지옥에 떨어져 지옥의 악마들에게. 이하 생략이라고 하는 게 더 무섭지 않았을까? 어차피 수녀에게 성적 모욕을 준다면 신성모독까지 결합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 십자가로 자위하던 엑소시스트의 리건처럼 말이다. 이건 제작진의 한계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영화는 그냥 그랬지만, 불길 속의 송혜교는 예뻤다.

 

 

다음에서 이 영화를 치면 영제가....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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