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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동양 영화

원정빌라, 2024

by 왕님 2025. 3. 12.

영제 - The Unrighteous, 2024

감독 - 김선국

출연 - 이현우, 문정희, 방민아

 

 

주현은 아픈 어머니와 어린 조카를 부양하는 청년이다. 은행 경비 일을 하면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그는 위층에 사는 신혜와 여러 가지로 마찰을 빚는다. 층간소음이라든지 주차 문제 등등. 몸이 아픈 아들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신혜는 병을 낫게 해준다는 말에 인근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다. 이후 신혜는 적극적으로 빌라 주민들을 전도하고, 주현의 어머니까지 교회에 다니게 된다. 하지만 주현은 그 교회가 사이비 이단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엄마를 교회에서 끌고 나오기까지 한다. 교회 신도가 된 대다수 빌라 주민은 주현을 압박해 오고, 급기야 하루아침에 은행에서 해고까지 당한다. 주현은 동네 약사 유진과 함께 교회의 비리를 찾으려고 하는데.

귀신같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오지 않는, 현실 공포를 다룬 작품이다. 그야말로 주변에서 있을 법한 그런 사건·사고를 다루는데, 이 영화는 재건축과 사이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재건축, 그러니까 집, 아파트. 한국인의 집, 그중에 아파트에 대한 사랑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주택과 아파트 중에 어디서 살고 싶냐고 하면, 아파트라고 할 테니까. 영화의 배경이 되는 빌라 사람들도 그러했다. 낡은 빌라에서 벗어나 크고 번듯한 아파트에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재건축 위원회를 만들었고, 발이 넓은 목사를 믿었다. 종교가 끼어드는 과정이 그리 억지스럽지 않았다. 이 나라에서 개신교가 이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니까.

개인은 약하지만 집단은 강하다는 말이 있다. 교회가 사이비라는 얘기를 들은 주현은 홀로 교회에 맞섰고, 빌라 사람들은 집단으로 주현을 괴롭혔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까지. 물론 지치고 병든 자들에게 의지가 되는 것은 가족, 그다음에는 종교 집단일 것이다. 가족 중 누구 하나 아픈 사람이 있다면, 종교에 빠지기 쉽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의사들은 고치기 힘들다고 하는데, 기록에 의하면 예수라는 사람은 신의 아들인데 죽은 자도 살렸다고 한단다. 그게 너무 오래된 기록이라 신빙성이 없다면, 서울의 모 대형 교회 목사가 앉은뱅이도 일으켰다는 영상이 남아 있단다. 믿기만 하면, 그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 믿음에 모든 것을 바치고 의지하면, 내가 바친 것이 그분의 마음에 들었다면, 가족의 병이 씻은 듯이 나을 수 있단다. 병간호와 계속되는 부정적인 얘기에 지쳐있는 사람에게, 이 얼마나 희망을 주는 말일까?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대항하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어린 가장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심지어 자신을 믿어줘야 하는 어머니까지 반대편에 있는 상황이라면?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그런 면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주현이 느꼈을 현실 공포라든지 마을 사람들의 대응이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회사에서 문자 해고당하고, 이웃과의 언쟁에서 할리우드 액션 때문에 경찰서에 가긴 하지만, . 아니다, 충분히 무서울 상황이긴 하겠다. 다만 그게 드러나질 않았을 뿐, 충분히 겁먹을 상황이긴 하다. 미안, 주현아. 다시 생각해 보니까 암담한 현실이었을 거 같아.

영화의 마무리는 음, 뭐랄까 역시 아파트는 아파트라고 해야 할까? 주현이 빌라 사람들과 그런 관계가 되면서도 이사 가지 않은 것은, 결국 재건축 때문인 걸까? 그냥 재건축 때문에 집 값이 많이 올랐을 때 팔고 나가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소재는 괜찮았는데,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영화였다.

사족 1. 약사로 나온 배우가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의 멤버란다. , 못 알아보겠다. 영화에서 분장을 맡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실력이 굉장하다.

사족 2. 보면서 영화에서 어이없는 부분. 누가 고기를 이렇게 구워 드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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