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Ox-Head Village 牛首村, 2022
감독 - 시미즈 다카시
출연 - 코우키, 하기와라 리쿠, 타카하시 후미야, 이모 하루카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괴담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이후 소식이 없으니, 마지막이기도 할 것이다.
아빠와 사는 카노. 우연히 친구가 보내온 영상에서 자신과 똑같이 닮은 소녀 시온을 발견한다. 아버지가 출장 가신 틈을 타서, 카노는 렌과 함께 시온이 사라졌다는 츠보노 온천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그리고 알지 못했던 과거를 알게 되는데….
일본에는 츠보노 온천장 괴담이 있다. 괴담이라고 해야 하나? 온천장이 폐쇄된 이후, 심령 스팟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1996년 이곳으로 담력 훈련을 떠난 두 명의 여고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다. 영화는 그 온천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는 소의 목 괴담이 있다. 일본 역사상 최악의 괴담이라고 하는데, 들으면 사흘 후 죽어버리기에 무슨 내용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또 다른 내용은 일본에 대기근이 닥쳤을 때 사람을 잡아먹었는데, 그때 죄책감을 덜기 위해 희생자에게 소머리 가면을 씌웠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쌍둥이 중의 한 명을 산속에 있는 굴에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순화되어 표현되었다.
영화는 이 두 괴담을 잘 섞었으면 좋겠지만, 좀 김빠지는 혼종이 나와버렸다. 시간도 3부작 중에 제일 길다. 1시간 55분. 그만큼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던 모양이다. 하긴 괴담 두 개를 섞은 데다가 괴담의 기원까지 보여줘야 하니, 그야말로 뭘 빼야 할지 몰랐던 모양이다.
음, 이해한다. 나도 애인님과 오랜만에 만나거나 통화하면 그동안 하려고 마음먹었던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튀어나와서, 애인님이 날 진정시키느라 힘들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분명 처음 시작은 그동안 근황인데, 어쩌다 보면 시사 얘기를 하고 있다. 감독도 그랬던 모양이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섞어서 한 개의 이야기를 만들기는 했는데, 그 와중에 넣을 거나 뺄 것을 잘 정하지 못했나 보다. 아니, 그런데 나야 애인님과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감독은 그게 아니잖아? 설마 영화를 보는 사람과의 혼자만의 내적 친밀도가 최대치로 되어 있어서, 혼자 친근감을 느끼고 그런 건가? 그건 좀….
세 편 중에서 제일 길지만, 제일 흥미가 가지 않는 작품이었다. 와, 진짜 ‘하울링 빌리지’를 볼 때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수어사이드 포레스트 빌리지’를 보면서는 전작이 낫다고 생각했고, 이번 ‘옥스 헤드 빌리지’를 보면서는 ‘수어사이드 포레스트 빌리지’가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갈수록 전작이 더 좋다고 여기게 되는 마법의 시리즈다.
이건 어쩌면 미드 상영 시간, 그러니까 45분에서 50분에 익숙해진 내 뇌 때문일지도 모른다. 길면 잘 안 읽게 되거나 보지 않게 되는, 3줄 요약이나 30초짜리 쇼츠도 길다고 느끼는, 그런 내 탓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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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극장판, 감독판까지 본 걸 생각하면, 내 탓은 아닌 듯하다. 이건 그냥 영화가 재미없는 거다. 호러 영화라고 보기엔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게 문제였다. 깜짝 놀라는 것도 없고, 분장도 어설프고, 이야기도 어색했다. 쌍둥이를 제물로 바치는 마을에 쌍둥이가 태어났고, 하나는 죽어야 했다. 그래서 한을 품은 건 알겠다. 그런데 음, 아니 이걸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패스하겠는데, 그냥 어설펐다. 아, 진짜 영화를 까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애정이 없는데 굳이 내가? 시간을 들여서?
시미즈 다카시, 아마 또 영화를 만들면 또 볼 것 같다. 어느 리뷰에서 썼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난 도박 같은 것을 안 하길 잘한 거 같다. 99%의 역시나가 있어도, 1%의 혹시나가 발목을 잡으니 말이다.
아, 온천장에서 두 명의 여고생이 사라진 사건은 2020년 두 사람으로 추정되는 백골이 발견되면서 해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영화는 22년에 만들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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