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동양 영화

하울링 빌리지, 2020

by 왕님 2025. 2. 18.

원제 - Howling Village, 犬鳴村, 2020

감독 - 시미즈 다카시

출연 - 미요시 아야카, 반도 료타, 오키나 메구미, 스가 타카마사

 

 

 

시미즈 다카시의 괴담 시리즈 첫 번째 영화이다.

 

일본에는 이누나키 터널에 얽힌 괴담이 있다. 자매품으로 이누나키 마을 괴담도 있다. 누가 먼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터널을 지나면 마을이 하나 나온다고 보면 된다. 터널 안에서도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마을에서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어두컴컴한 터널에서 겨우 벗어나 밝은 마을로 갔는데 거기도 내가 알던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비참할까?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이 이 두 괴담의 의도인 모양이다. 유튜브에서 이 괴담을 기초로 한 게임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하는 감탄이 나왔었다. 그러니 이걸 영상으로 만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지만 감독 이름을 보고 움찔했다. 이 감독이 또. 언젠가, 아니 매번 말하는 거지만, 그의 초기작인 주온이 너무나도 멋진 작품이었기에, 그가 새로운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번에도 꽝이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아니야, 이번엔 감 찾았겠지라는 생각이 교차한다. 이 감독에게 감을 한 박스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감 좀 찾으라고. 하지만 내가 먹을 감도 없기에, 패스.

 

이야기는 두 군데서 벌어진다. 하나는 이누나키 터널과 마을로 괴담 여행을 떠난 커플, 그리고 병원에서 일하는 주인공. 물론 주인공과 커플의 남자는 남매이다. 괴담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다가 자살한 여자. 한편 주인공의 부모님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남동생마저 사라지고 어머니가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괴담을 영상화할 때는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야 재미있을까? 괴담에 얽힌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다가 죽어 나가는 설정? 괴담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밝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면 괴담의 시작을 보여주는 진행? 아니면 이걸 다 섞는?

 

이 영화는 다 섞어서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할 얘기가 많다. 괴담에 얽혀 죽어 나가는 사람들 조금, 그걸 밝히려는 주인공의 여정이라고 할 것까지는 별로 없는 것 같지만 하여간 여정, 그리고 드러나는 마을의 진실까지. 그래서 한 시간 48분이나 되었나 보다.

 

그런데 뭐랄까. 영화는 처음 괴담을 접했을 때 들었던 두근거림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괴담을 알고 봐서 그런가? 하지만 괴담은 그곳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들만 나오지, 그 근원 같은 건 없었던 거 같은데? 그렇다면 이건 스토리텔링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없던 내용을 만들어내긴 했는데, ‘왜 하필?’이라는 의문이 드는 설정이었다.

 

모든 범죄의 근원에는 돈과 사랑이 있다고 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비극의 시작은 돈이었고, 저주의 시작은 사랑이었다. 하지만 그 사랑이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너무도 흔하디흔한 소재였다. 대를 이은 저주를 내릴 사랑이 그거 한 종류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다른 사랑은 그 정도로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래서 극을 이끌어가던 괴담마저 힘을 잃었고, 후반부는 그냥 그랬고, 마지막 장면은 유치했다. 이건 무슨 쌍팔년도 감성도 아니고. 이 괴담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쉽기만 했다. 그런 대접을 받을 괴담이 아니라고!

 

, 이 감독 이후로 괴담에 관련된 영화를 두 편 더 찍었다고 한다. 궁금하다. 도대체 누가 이 감독에게 일거리를 주는 걸까?

 

2, 영어 발음을 그대로 한국어로 옮긴 제목, 마음에 안 든다. 저게 뭐람?

 

3, 주온을 다시 복습해야겠다. 그건 봐도 봐도 오싹하니까.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