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Sana, 2023
감독 - 시미즈 다카시
출연 - 시라하마 아란, 카타요세 료타, 호시 토모코, 사노 레오
방송국 창고에서 오래된 카세트테이프 하나가 발견된다. 그 안에는 이상한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고, 그걸 들은 사람들에게 연이어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예전에 한 번 마음을 주었던 상대이면, 매몰차게 뿌리치지 못하는 성향이 9.9% 정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한 번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후 그걸 만든 감독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되고, 그러면서 실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나 이번에는’ 이런 기대를 품는다. 아무래도 도박에 빠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겠다. 그랬다면 ‘이번 판은 꼭’이라면서 패가망신했을 테니까.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냈냐면,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를 적기 위해서이다. 이걸 만든 감독의 이름은 시미즈 다카시. 그렇다, 얼굴 하얀 꼬꼬마 남자애가 오만군데 다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놀래키던 그 영화, 피투성이 여자가 계단을 기어 내려오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던 그 영화, ‘주온’의 감독이다. 아직도 주온보다 무서운 영화는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그 옛정을 생각해서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포스터도 그렇고 설정도 재미있을 거 같았으니까.
그런데 뭐랄까,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배경이 방송국이라 관련자들, 특히 남자 그룹이 나오는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공연하는 장면이 있는데, ‘저 실력으로 어떻게 데뷔를?’이라는 의문과, ‘일본의 방송계, 괜찮은 걸까?’라는 우려가 들었다. 하지만 이건 제작비라는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그런 거겠지.
그래도 중간중간 나오는 깜짝 놀라는 장면은 진짜 놀랐다. 분위기라든지 분장을 기괴하게 해놓아서, 일진을 마주친 1학년 신입생처럼 살포시 눈을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본인 김치가 맛없는 김치찌개에 아무리 돼지고기를 많이 넣는다고 맛이 있을 리가……있을 거 같은데? 그럼, 기본 된장이 맛없는 된장찌개에 차돌박이를 많이 넣어도 맛이 있……겠지? 고기잖아, 고기가 어떻게 맛이 없을 수가 있어. 그럼 이건 패스.
하여간 영화는 뭐랄까, 도우가 쫄깃하니 맛있지만, 토핑은 별로인, 반대로 토핑은 풍성한데 맛이 짜기만 한 그런 피자 같았다. 시켰으니 먹지만, 다시는 안 먹을 그런?
일본 호러영화의 음침하고 기분 나쁜 기괴함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약간 부족한 그런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더 음울하고 더 기괴하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 감독, 집에 얽힌 저주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니, 집 자체보다 집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옮겨가는 저주를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이 감독에게 집이란 대체 뭘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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