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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동양 영화

마루이 비디오, 2020

by 왕님 2023. 5. 3.

영제 - Marui Video, 2020

감독 - 윤준형

출연 - 서현우, 조민경

 

처음 보는 영화에서 익숙한 향기가!

 

얼마 전에 리뷰를 올렸지만, ‘목두기 비디오라는 50분 남짓한 페이크 다큐 영화가 있다. 2003년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진짜 다큐멘터리가 아닐까하는 의문이 드는 영화였다. 이번에 리뷰를 쓸 이 작품, ‘마루이 비디오, 그 목두기 비디오를 바탕으로 똑같은 감독이 만든, 어떻게 보면 후속편이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중편 영화를 장편으로 확장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거의 20년 만에 자신의 작품을 다시 만든 감독의 열정과 집념이 놀라웠다.

 

이번 작품은 2019,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던 PD의 차에서 발견된 영상에서 시작한다. 이 영화는 그러니까, PD와 그 팀원들이 찍은 영상의 편집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제목인 마루이 비디오는, 외부에 유출될 수 없는 수위의 영상을 담은 사건 영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 중, 귀신이 찍혔다는 소문이 있는 비디오가 있는데, 1992년 동성장이라는 여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영상이라고 한다. 여관 알바생이 비디오를 설치하고 여자 친구를 불렀는데, 거기에 그가 여자 친구를 살해하는 장면이 담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 영상에 교복을 입은 학생의 모습이 찍혔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겨우 그 비디오를 구했는데, 진짜로 거기엔 옛날 교복을 입은 한 청년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주변을 탐문하던 제작진은 그 여관의 주인이 얽힌 과거의 또 다른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목두기 비디오와 비교하자면, 여관에 설치된 카메라에 한 남자의 모습이 찍혔고, 그걸 조사하다가 여관 주인이 관련된 일가족 살인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까지는 흡사하다.

 

다른 점은, 이번 작품에서는 카메라에 찍힌 남자의 모습이 좀 더 선명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게 옛날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여관 주인이 살던 집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17살 먹은 소년과 연관 지을 수 있었다. 목두기 비디오보다는, 두 사건의 연결이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전작에서는 이럴 거라고 가능성만 내비쳤던 복잡한 가족 관계는, 여기서는 확실하게 이렇다고 땅땅 못을 박아줬다.

 

상영시간도 늘어난 만큼, 사건사고도 더 많아졌다. 예를 들면, 비디오를 찾는 과정이나 사건을 취재하는 여정이 더 자세해졌고, 호러적인 면도 더 강해졌다. 특히 비디오를 본 이후 팀원들 주변에서는 기이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아마 이 영화를 보겠다고, 며칠 전에 목두기 비디오를 본 것 때문일까? 중심 사건을 미리 알고 있어서인지 추리하는 재미를 별로 느끼지 못했다. 또한 호러적인 면을 강하게 하기 위해 넣은 장면들이 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이어서, 무섭다거나 조마조마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목두기 비디오의 후속편이라 생각하고, 미리 전편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내 열정이 너무 지나쳤다. 안 봤으면 더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이건 내 과잉 열정이 빚은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죽은 사람들만 불쌍한, 아니 불륜남녀만 빼고 죽은 사람만 불쌍한 영화였다.

 

이번 작품은 다큐멘터리라는 느낌이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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