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Suzzanna: Buried Alive, Suzzanna: Bernapas dalam Kubur, 2018
감독 - 록키 소라야, 앙기 움바라
출연 - 루나 마야, 헤르주노트 알리, T. 리프누 위카나, 베르디 솔라이만
언니, 다 죽여버려요!
첫 아이를 임신한 ‘수사나’와 남편 ‘사트리아’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사트리아가 일본으로 출장을 간 사이, 집에 강도가 든다. 남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임금 인상에 불만을 품고 도둑질을 하러 온 것이다. 그들은 수사나가 영화 상영회에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침입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몸이 좋지 않아 일찍 귀가한다. 수사나는 그들을 알아보고 도망치지만, 결국 그들에게 살해당한다. 그들은 그녀를 암매장하고 아무렇지 않게 회사로 돌아온다. 그런데, 다음 날 수사나는 자신의 침대에서 눈을 뜬다. 등이 관통되어 뚫린 채로!
영화를 보다 보면, ‘순델볼롱’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색해보니, 인도네시아에 있는 귀신의 한 종류로, 엄밀히 말하면, ‘등에 구멍이 난 창녀’라고 한다. 여자가 임신한 상태에서 강간살해 암매장당한 경우, 땅에 묻힌 상태에서 아이가 태어나 등이 뚫렸다는 얘기도 있다. 이 작품에서는 임신한 수사나가 말뚝이 몸을 관통하는 바람에 등이 뚫려있다. 또한, 그녀는 암매장당하기도 했다. 창녀라는 단어가 있지만, 꼭 직업여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비하의 의미로 쓰인 것 같다. 하여간 인도네시아에서는 꽤 널리 퍼진 귀신의 종류인 것 같다. 시작 부분에, 사진으로 나온 배우는 1980년대 인도네시아의 호러 퀸이었던 ‘수사나 마사 프레데리카 판 오슈’이다. 순델볼롱을 다룬 영화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단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자신이 귀신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사나는 복수를 시작한다. 한을 품고 죽은 귀신의 처절하고 잔혹한 복수라니! 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하고 오싹하며 자다가 꿈에서 나올까 두려운 장면이 이어질 것 같다. 그리고 멍청하게 당하고만 있을 살인자들이 아니니, 주술사나 스님을 불러서 반격을 꾀하겠지. 그 대결도 재미있을 것 같다. 얼마나 오싹하고 잔인할까? 기대되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하아. 네이버에서는 검색이 안 되지만, 다음에서 이 작품을 검색하면 장르가 ‘코미디/공포/스릴러/드라마’로 나온다. 스포일러 당할까 봐 검색을 안 하고 봤더니만 이런 일이! 저게 무슨 말이냐면, 귀신도 나오고 사람도 죽고 그러는데, 코미디적 요소가 있어서 웃기는 장면이 많고, 드라마라서 남편과 애절한 사랑과 이별이 신파처럼 들어있다는 뜻이다. 장르라도 미리 조사해볼 걸 그랬다. 그러면 기대를 덜 했을 거잖아!
문득 전에 본 태국 영화 ‘피막 Pee Mak, Pee Mak Phrakhanong, 2013’이 떠올랐다. 죽었지만 살아있는 것처럼 마을을 돌아다니는 부인, 그녀가 죽은 걸 알지만 두려워 말 못 하는 사람들, 그리고 부인이 죽었다는 걸 믿지 않다가 결국 성불시키려고 노력하는 남편의 설정이 비슷했다. 하지만 피막에서는 그녀를 성불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남편의 친구들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부인을 죽인 살인자들이었다. 거기다 두 작품 다 귀신이 나온다는 점에서 호러라고 분류되지만, 실은 코미디였다는 것도 비슷하다. 이 작품에서 유머러스한 역할을 하는 것은, 수사나의 집에서 일하는 고용인들과 살인자들이었다. 도둑질하러 들어가는 장면에서부터 수사나에게 들켜 그녀와 옥신각신하는 장면 다 그냥 우스꽝스럽기만 했다. 그런데 음, 너무 그런 부분만 부각해서인지 그렇게 우습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사실 살인자들이 수사나를 악령이라고, 퇴마해야 한다고 난리 치는 게 좀 웃겼다. 너희들이 안 죽였으면 악령이 될 이유도 없었어, 이 XX들아! 그냥 조용히 목 씻고 죽을 준비나 해, 이것들아. 어딜 살아보겠다고 그 난리야.
접해볼 기회가 없는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의, 호러 장르 영화라는 점에서 의의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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