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Aftermath, 2021
감독 - 피터 윈더
출연 - 애슐리 그린, 숀 애쉬모어, 샤리프 아킨스, 브릿 바론
‘나탈리’와 ‘케빈’ 부부는 위기에 처해있다. 케빈은 자살한 형의 시체를 발견한 이후 모든 것에 의욕을 잃어 학업마저 그만뒀다. 디자이너인 나탈리는 그런 남편을 이해하려다 지쳐 동료인 닉과 바람을 피운다. 케빈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둘은 이혼하느냐 마느냐 고민하다가 상담사를 찾아간다. 상담사는 환경을 바꿔보라고 조언하고, 둘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다. 그 집은 범죄현장 청소일을 하는 케빈이 찾은 곳으로, 남편이 부인을 죽이고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 장소였다. 이사 이후 나탈리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케빈은 복학하는 등, 둘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잊고 차츰 관계를 회복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
가정에 무관심한 남편과 외도한 부인. 영화 속의 주인공 부부와 같은 상황이면 이혼하는 게 답이 아닐까 싶은데, 이 영화의 제작진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둘이 그런 분위기여야 이것저것 여러 가지 설정을 집어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둘은 신체적 접촉을 가질 수 없다. 부인의 외도를 알게 된 케빈이 느낀 배신감 때문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이름으로 온갖 이상한 잡지와 포르노가 배달이 왔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하지 않았다. 그의 상황을 알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성욕을 풀려고 해놓고 아닌 척한다고 여겼다. 그리고 둘이 싸웠을 때, 문자로만 연락을 간단하게 하는 바람에 오해가 생긴 적이 있다. 물론 정체불명의 존재가 문자를 조작했지만, 두 사람은 상대방이 그리했다고 여겼다. 또한, 누군가 집에 있다고 생각하는 나탈리를 신경쇠약으로 몰고 가기 위해 두 사이의 불신은 꽤 효과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둘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그리고 이런저런 사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두 사람을 굳이 한 집에 몰아넣은 모양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영화가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이 팡팡 터지며 ‘뭐지? 뭐지?’라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주체할 수 없이 솟아날 거라 여길 수 있다. 아쉽게도 영화는 그런 예상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상영시간이 한 시간 54분인데, ‘굳이? 이런 긴 시간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루했다. 아마 심리 미스테리 스릴러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화는 나탈리와 케빈의 심경을 다루었다. 하지만 언젠가도 말했지만, 불륜남녀는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나이기에 나탈리와 케빈의 마음에 이입 내지는 공감할 수 없었다. 아니, 그렇게 살 바에는 그냥 이혼하라니까? 굳이 이야기를 만들려고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제작진은 어찌어찌 이야기를 진행하고, 반전 아닌 반전을 주었으며, 나름 적절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이야, 이건 제작진의 인간 승리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게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 칭찬은 아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에 인상을 쓰고, 불륜 남녀인 주인공 부부의 행동에 한숨을 쉬고, 그래도 어떻게든 이야기를 끌어보겠다는 제작진의 집념에 고개를 저은 영화였다.
역시 집이 쓸데없이 크면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라며, 우리 집은 좁아서 다행이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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