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Waktu Maghrib, 2023
감독 - Sidharta Tata
출연 - Nafiza Fatia Rani, Ali Fikry, Bima Sena
2024년 10월 26일 호러타임즈 제8회 상영회에서 본, 인도네시아 장편 호러 영화이다. 감독과 출연 배우 이름이 다 영어인 것은, 한국 포털에서는 정보를 찾을 수 없어서 IMDb를 참조했기 때문이다. 저 출연자 세 명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아역 배우 이름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을 믿는 신자가 85%나 된다고 한다. 영화 시작 부분에 교리 같은 게 나오는데, 해가 질 무렵부터 초저녁 동안에는 악이 출몰하는 시간이니 아이나 가축을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세 아이가 해가 질 때까지 밖에서 놀다가 변을 당한다.
30년 후, 아유, 아디, 사만 세 절친 꼬꼬마가 등장한다. 아유는 모범생이지만, 사만과 아디는 장난꾸러기다. 거의 매일 지각하는 둘은 담임에게 벌을 받고, 장난삼아 선생님이 죽으면 좋겠다는 말을 내뱉는다. 문제는 그 시간대가 바로 해가 졌을 무렵이라는 거! 이후 담임이 기이하게 죽고, 사만은 자기가 한 말 때문에 선생이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악령의 습격을 받는데…….
주인공으로 아이들이 나오지만, 영화의 몇몇 장면은 아이에게 보여줘서는 안 되는 잔인함도 들어있다. 아마 주연을 맡은 세 아이는 자기들이 나온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했을 수도?
스포일러이려나? 아, 몰라. 그냥 스포일러 해버릴래.
아이 하나를 기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 영화를 보면, 그 말이 와 닿는다. 사만은 부모 없이, 객지로 일하러 가는 형을 대신해 거동 못 하는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그의 절친인 아유의 아버지는 촌장이고, 아디의 집도 그 마을에서 좀 힘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꼬꼬마가 있으면, 가끔이라도 들여다봐야 하는 거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서, 지금과 같은 복지라든지 그런 공공 서비스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걸 생각해도, 마을 사람들이 사만에게 너무 가혹했던 게 아닐까 싶다. 만약 누구 하나 사만을 주의 깊게 봤다면, 그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확실하게 살아남은 아이는 마을에서 아유였다. 아디는 살아난 거 같은데, 잘 몰라서 빼겠다. 부모가 없어서 깨워줄 사람 없는 애는 매일 지각하다가 말실수 한 거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악령에게 공격당해 살해당했고,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주의하여 살펴보았기에 퇴마 의식 받고 보호받다가 생존한다. 하, ‘플랜더스의 개 A Dog of Flanders, 1872’가 떠오르는 영화였다. 그래도 네로는 그토록 보고 싶던 그림이라도 보고 파트라슈와 함께 죽었지만, 사만은…. 아, 눈물이…….
악령이 생각보다 별로 하는 게 없다는 게 실망이었지만, 악령을 연기한 배우는 진짜 지나가다 보면 무서울 거 같았다. 예쁜데 무섭다는 게 뭔지 확실히 보여줬다. 거기다 죽어서도 아이들을 편애하는 선생을 보면서, 좀 우스웠다.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서 왜 그런 모습으로?
그나저나 상영회 때 잠깐 나온 이야기인데, 인도네시아 영화는 은근히 선교 영화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 같다. 몇 편 보지 않았지만,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리면 그런 거 같기도 하다. 특히 얼마 전에 본 조코 안와르 감독의 ‘무덤의 형벌 Grave Torture, Siksa Kubur, 2024’이 그러했다. 선교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교리를 지키지 않으면 악령에게 당하니까, 알아서 잘 해라, 이런 느낌? 하긴 세뇌는 어릴 때부터 시키는 게 효과적이긴 하다.
아니면 위에서도 말했지만, 전 국민의 85%가 같은 종교를 믿으니까, 그게 삶의 기본이자 일상적인 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닐까? 그런 거면 좋겠다. 영화로 노골적으로 대놓고 종교나 정치적 목적을 홍보하고 세뇌하는 건 좋아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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