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A Haunting in Venice, 2023
감독 - 케네스 브래너
출연 - 케네스 브래너, 카밀 코탱, 제이미 도넌, 티나 페이, 양자경
원작 –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핼러윈 파티 Hallowe'en Party, 1969’
케네스 브래너가 제작한 포와로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보디가드의 경호를 받으며, 아무런 사건 의뢰도 받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살던 포와로에게 올리버 부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한 영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자신과 함께 영매가 방문한다는 저택으로 가보자고 제안한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과 함께, 딸을 잃은 저택의 주인은 사람들을 환영하고, 영매가 등장한다. 핼러윈 파티가 열리는 밤, 저택에서는 또다시 사건이 발생하는데…….
원작 소설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 영화였다. 핼로윈 파티와 물에 잠긴 사과를 입으로 건져내는 장면에서야 ‘아~ 그 작품’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너무 많은 각색이 들어가서, 이건 다른 이야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 편에서는 다른 소설이 떠올랐다.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인데, 포와로가 아닌 미스 마플이 나오는 것이었다. 읽으면서 사랑이 뭔지 참 지독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가가 밝히지 않은 뭔가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추측도 했었다. 아마도 그 시대에서는 말할 수 없는 음울하고 집착적이면서 기분 나쁘고 그런 것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았다. 하여간 이 영화에서는 그 작품을 약간 섞은 것 같았다.
이번 편까지 본 내 생각에는, 이제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포와로가 아닌, 케네스 브래너의 포와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좋은 의미라면,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포와로가 아닌 자신만의 독자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고, 나쁜 의미라면 ‘내 포와로 돌려줘!’가 되겠다. 난 내 포와로 돌려줘를 선택하겠다. 이건 포와로가 아니라고! 이건 아니다.
지금까지 포와로가 등장하는 많은 작품이 있었다.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 애니메이션 그리고 만화까지 있었다. 아주 다양한 변주가 있었지만, 그래도 포와로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 기본 설정이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 작품들은 비록 다양한 방법으로 각색했지만, 기본적으로 애거서 크리스티가 만든 포와로의 설정을 지키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포와로는 그런 설정에서 많이 비껴간 느낌이다. 결벽증에 가까운 그의 성격이라든지 콧수염에 대한 집착, 걸핏하면 튀어나오는 프랑스어와 조국 벨기에에 대한 사랑, 그리고 몇 안 되는 인맥 등등이 있는데, 이 시리즈는 그런 부분에 손을 댔다. 특히 이번 편의 올리버 부인은 진짜……. 몇 안 되는 포와로의 여사친인데 아쉬웠다. 그리고 조지와 레몬 양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음, 은퇴 상태니까 레몬 양은 없다고 해도, 조지는? 포와로보다 먼저 은퇴했나? 거기다 헤이스팅스는? 설마 헤이스팅스가 결혼하고 다른 곳으로 가는 바람에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그때라고 보면 될까?
주인공이 포와로가 아니라 다른 인물이라고 보면 더 재미있게 집중할 수 있었을 거 같다. 내 포와로는 이러지 않아, 포와로가 저런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니까,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그렇게 재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에 리뷰를 쓰려고 마음을 비우고 다시 보니까 그때는 몰랐던 재미가 와 닿았다. 포와로의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액션물을 보는 기분?
만약 4편이 나온다면 또 본다고 장담은 하지 못 하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다음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볼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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