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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추리

재앙의 거리 Calamity Town, 1942

by 왕님 2023. 5. 11.

 

원제 - Calamity Town, 1942

작가 - 엘러리 퀸

 

 

우리 엘러리, 이제 어른이구나!

 

 

오랜만에 읽는 엘러리 퀸 시리즈이다. 이번 작품부터 엘러리 퀸의 작품 3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1기에 해당하는 '국명 시리즈'2기인 '할리우드 진출 시기'와 작품 성향이 좀 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2기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뭐라고 비교할 수가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이미 읽어본 1기 작품들과만 비교해보면, 탐정과 작가 셋 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분위기가 진중해졌다. 잠깐! 왜 둘이 아니라 셋일까? 엘러리 퀸은 두 사촌의 합작 필명이라서 작가 둘에 탐정 하나, 이렇게 셋이다.

 

조용한 곳에서 집필 활동을 하기 위해 라이츠빌이라는 마을을 찾은 '엘러리'. 이름을 숨기고 집을 빌린다. 그 집은 이 마을의 창업자 후손이자 은행장인 '라이트'씨가 둘째 딸 '노라'를 위해 지은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예비 신랑인 ''이 사라지는 바람에, 저주받았다는 소문이 나서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엘러리가 라이트 가족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과 친분들 다져가던 중, 사라졌던 짐이 돌아온다. 노라와 짐은 다시 사랑을 불태우고 결혼식을 올린다. 그런데 집 정리를 하던 중, 짐이 써놓은 이상한 편지가 발견된다. 거기에는 아내가 병에 걸려 죽었음을 동생에게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이상한 점은 편지에 적힌 날짜가 아직 한참 남았다는 것이다.

 

행복할 줄만 알았던 노라의 결혼생활은 삐걱대기만 한다. 짐의 여동생 '로즈메리'가 갑자기 찾아오고, 이후 짐은 술을 자주 마신다. 그리고 걸핏하면 노라에게 돈을 달라며 윽박지르고, 몰래 노라의 보석마저 저당 잡힌다. 그리고 편지에 적힌 운명의 날. 사람들이 모여 새해를 축하하는 파티장에서 로즈메리가 독살 당한다. 문제는 짐이 칵테일을 만들어서 노라에게 주었고, 로즈메리가 그것을 빼앗아 마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로즈메리는 노라 대신 죽은 것인가? 짐은 편지 내용대로 노라를 죽이려고 한 것인가?

 

노라의 살인 미수 혐의와 로즈메리의 살해 혐의로 체포된 짐을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가 무척이나 무서웠다. 그 전까지는 모두들 라이트 집안을 부러워하고 존경했는데, 짐의 사건이 터지자 태도가 돌변한다. 라이트 부인의 모든 사교 활동은 강제로 중단되고, 심지어 집에 돌이 날아오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라이트 집안도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데? 하긴 신랑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 저주 운운하는 마을이니 뭐. 사실 이유는 따로 있다. 자신의 남편은 절대로 범인이 아니라는 노라의 의지 때문에, 라이트 집안은 내키지 않지만 짐을 변호하기로 한 것이다. 그 때문에 살인자 집안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그들과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엘러리도 욕을 먹고……. 언제부터 로즈메리와 그렇게 친했다고?

 

이후 라이츠빌 주민들의 모습은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었다. 노라를 짐에게 빼앗기자 앙심을 품고 자신이 가진 언론사를 통해 온갖 루머와 악의적 기사를 내놓는 언론인은 약과였다. 라이트 가족 옆집에 산다는 이유로 관심의 대상이 되자, 우쭐해서 없는 말 있는 말 다 떠벌리는 사람도 생겼다. 평소에는 이웃사촌이었는데, 사건이 터지자 루머 유포자로 변신해버렸다. 트랜스포머도 아니고. 대중심리라는 게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빠르고 쉽게 바뀌는 것을 보니, 한심하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남의 얘기 듣고 퍼트리기 좋아하는 게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가보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모습은 80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아무래도 인간의 진화는 무척이나 더딘 모양이다. 특히 인성적인 면은.

 

초기 국명 시리즈에서는 뭔가 알아내자마자 떠벌려서 낭패를 봤던 엘러리였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 첫 작품이 1929년에 나왔고 이 책은 1942. 13년이나 지났으니 엘러리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1기와 비교해보면 엘러리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여전히 유머감각 넘치고 매너 있는 남자였지만, 섣불리 말하지 않고, 지레짐작하지 않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으며, 함부로 남을 판단하지 않았다. 초기의 발랄한 분위기도 좋았지만, 이 책 같은 진중한 느낌도 괜찮았다. 국명 시리즈에서는 증거를 모아서 논리적으로 범인을 밝혔다면, 여기서는 증거를 모으는 동시에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해서 범인을 알아냈다.

 

그런데 듣기로는 2기인 할리우드 시리즈에서 결혼할 여자를 만난다고 했는데, 왜 이 시리즈에서 혼자 외떨어져 나오는 건지 의문이다. 부인과 아들, 아버지와 주나는 어떻게 된 걸까? 책을 쓴다는 핑계로 독신 생활을 다시 즐기는 건가? 말해 봐요 엘러리, 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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