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추리

Z의 비극, The Tragedy of Z, 1933

by 왕님 2023. 5. 3.

 

원제 - The Tragedy of Z, 1933

작가 - 엘러리 퀸

 

나쁜 놈이 죽는 건 안 비극!

 

드루리 레인이 나오는 세 번째 이야기이자, 비극이라 이름 붙은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다. 이제 레인 시리즈도 한 권이 남았다.

지난 'Y의 비극 The Tragedy of Y, 1932' 이후 십년이 지났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 흘렀으니, 사람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브루노검사는 주지사가 되었고, ‘경감은 은퇴하여 사립 탐정이 되었다. 이야기는 섬 경감의 영리한 딸인 페이션스가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앞의 두 권과 달리, 이번 책은 페이션스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섬 경감은 딸과 함께 뉴욕 주 북부로 향한다. 그곳에서 대리석 채석장을 공동 운영하는 포셋 박사와 그의 형인 조엘 포셋 상원의원의 비리 혐의를 캐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들이 그곳에 도착해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상원의원이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된다. 섬 경감과 페이션스는 상원의원이 누군가의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과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아론 다우가 관련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런데 상원의원 살해혐의로 잡힌 아론이 탈옥을 하는 날 밤, 동생 포셋 박사마저 살해당한다. 드루리 레인과 페이션스는 아론이 두 형제를 죽이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론의 사형 집행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과연 두 사람은 그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읽으면서 무척 답답했다. 평소에 45분 내외로 사건이 해결되는, 진행 속도가 빠른 미국 범죄 수사 드라마를 즐겨봐서인지, 모든 증거를 모으고 때를 기다리는 드루리 레인의 해결 방법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그의 설명을 들으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사형선고까지 받았으니까. 게다가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이론적으로는 증명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무기력하게 사형 날이 다가오는 걸 보고 있자니 참……. 레인이나 섬 경감이 억울한 사람을 죽게 내버려둘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물론 결정적 한 방으로 범인도 밝혀내고 무고한 사람도 구해내는 장면이 통쾌하긴 하다. 진범을 잡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이야!'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으니까. 그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레인은 침묵을 지켰나보다.

레인과 페이션스가 사건을 설명하는 부분은 탐정 엘러리 퀸이 떠올랐다. 작가가 같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수사하는 방법이 비슷했다. 논리적으로 아닌 것을 지우고 가능한 것만 남기니, 나오는 것은 추정 가능한 범인뿐이다. 읽으면서 왜 난 그렇게 논리적인 사고를 못하는지 아쉽기만 했다.

엘러리 퀸은 독자에게 모든 정황 증거를 다 알려주는 편이다.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민다고 해야 할까? 나중에 밝혀지는 탐정만 알고 있는 비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 The Dutch Shoe Mystery, 1931'에서는 마지막에 서류 하나가 등장하긴 한다. 그래도 그 때만 빼고 거의 모든 증거를 작가가 친절하게 눈앞에 들이대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언제나 탐정의 설명을 들으면서 입을 헤벌리고 감탄만 하고 있다.

엘러리 퀸의 작품을 읽으면서 매번 드는 의문은 이거다.

난 바본가?

오타 발견. 20쪽 세 번째 줄 섬 경감의 대사에 "아비를 곯리고 있군!"이 있다. 페이션스가 섬 경감에게 밥을 안 줘서 배고프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추리로 그를 놀리고 있다면, '골리고 있군!'이라고 써야하지 않을까?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