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John Wick: Chapter 4 , 2023
감독 -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 키아누 리브스, 견자단, 빌 스카스가드, 로렌스 피쉬번, 이안 맥쉐인
견자단이 앞을 볼 수만 있었으면 1시간 컷이었을 걸?
처음에는 아내가 남긴 유일한 존재인 반려견을 죽인 동네 꼬꼬마 양아치들에게 참교육이란 뭔가 실습시켜주는 단계였지만, 어른들의 사정이 끼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어느 한 쪽이 죽어야만 끝이 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존 윅 시리즈이다.
지난 시즌, 의외의 반전으로 쓰러진 ‘존 윅’은 노숙자 세계의 지도자인 ‘킹’의 도움으로 재활에 성공한다. 그리고 반격에 나선 존에 맞서기 위해, 최고 회의는 ‘그라몽 후작’을 책임자로 임명한다. 후작은 존의 절친이자 은퇴한 킬러 ‘케인’을 불러들인다. 케인은 처음에는 친구를 잡으라는 명령에 은퇴를 빌미로 거절하려 하지만, 후작은 그의 유일한 약점인 딸의 목숨을 미끼로 협박한다. 존 윅은 오사카 콘티넨탈 호텔을 운영하는 ‘코지’를 찾아가지만, 그를 너무도 잘 아는 케인은 존을 잡기 위한 덫을 놓고 있었는데…….
영화는 재미있었다. 배경은 화려하면서 깔끔하니 정갈했고, 액션 장면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면서 멋졌다. 그러면서 중간 간 심심하지 말라고 유머러스한 장면도 들어있었고, 우정에 관한 멋진 서사도 있었으며,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은 개연성이 있었고,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은 물 흐르듯이 잘 흘러갔다.
거기다 마치 슈팅 게임을 보는 듯 한 카메라의 움직임은 잔인함을 희석시키면서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 아니 개 목숨보다 가치가 없다는 인명 경시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주입……. 으흠.
거기다 마치 슈팅 게임을 보는 듯 한 카메라의 움직임은 잔인함을 희석시키면서, 눈살을 덜 찌푸리게 만들었다. 공사 중인 건물 안에서의 총격전 부분은, 보는 내내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정말로 잘 만든, 아마 게임에서 40년은 고여 있는 고인물이, 아니 백악기 때부터 고여 있던 석유라고 해야 할까? 하여간 그런 존재가 플레이하는 영상을 보는 기분이었다.
거기다 배우들의 연기도 멋졌다. 견자단은 앞을 보지 못하는 킬러로 등장했는데, 처음에는 반전으로 눈이 보이지 않을까 의문을 품었는데, 나중에는 그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일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오사카 콘티넨탈 지하에서의 싸움 장면은 ‘우와’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왜 호텔 지하에 저렇게 꾸며놨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호텔을 많이 다녀보지도 않아서 그런 곳도 있을 거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또한 그라몽 후작으로 나온 빌 스카스가드도 멋졌다. 상영 시간 내내 다른 배우들은 의상을 한두 번 갈아입었지만, 후작은 나오는 장면마다 옷이 달랐다. 거기다 옷도 너무도 찰떡이라, 그의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와, 그 화려한 양복을 그렇게나 잘 소화하다니! 다만 극 중의 캐릭터 성격이 그런 의상 수준엔 못 미치는 좀스럽고 개쓰레기같아서 아쉬웠다. 빌런 인성도 좀 레벨 업을 시켰으면 더 인상적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은퇴한 킬러에게 딸 목숨을 갖고 협박질을 하려면, 인성이 쓰레기보다 못해야만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내용은 뭐 굳이 따로 적을 건 없다. 상영 시간이 2시간 49분에 달하지만, 굳이 적자면 존 윅은 자기 앞길을 막는 사람들을 다 죽여 버렸어요, 정도? 그 짧은 내용을 저 긴 시간으로 만든 감독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비록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억지로 시간을 늘리기 위해 넣은 게 아닐까 하는 장면도 좀 있었지만 말이다. 물론 감독은 그 장면을 통해 킬러들의 머리가 깨지고 심장이 터지며 피가 철철 흐르는 우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그 부분에서 ‘역시 믿고 있었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이 영화의 단점은 상영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길었다. 내가 영화를 본 상영관에서도 중반을 지나가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45분 내외의 짧은 수사물과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을 넘지 않는 공포 영화에 익숙한 나였기에, 3시간에 달하는 이 영화의 상영 시간은 그야말로 엄청난 시련이었다. 오전 10시 30분 영화를 예매하고는,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아침식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히 상영 중간에 자리를 뜬다거나 집중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었다. 역시 앞으로 이런 긴 영화는 집에서 OTT로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
5편은 안 나올 것 같지만, 만약 나온다면 2시간은 안 넘는 걸로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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