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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서양 영화

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 2004

by 왕님 2023. 2. 22.

 

원제 - Dawn of the Dead, 2004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사라 폴리, 빙 레임스, 제이크 웨버, 메키 파이퍼

 

대세를 따르는 것이 속 편할까?

 

원작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1978년 작. 처음엔 밤, 새벽 그리고 낮. 제목만 봐도 좀비들의 활동 반경이 점점 넓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작의 한글 제목은 시체들의 새벽이다

리뷰를 쓰는 이 작품은 리메이크작으로 감독은 잭 스나이더이다.

좀비들이 이제는 대낮에도 돌아다닌다! 그리고 인간은 서서히 좀비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점점 우위를 지켜가는 좀비를 피해 어느 백화점으로 피신한 사람들. 다들 공포에 질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한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재미있는 점이 발견된다. 사람들이 점점 그 생활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문득 벼랑에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사람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지에서 떨어지는 벌꿀에 취해서, 도망도 못 치고 꿀만 받아먹고 있다는, 현실에 안주해서 주위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

영화 속의 사람들도 비슷했다. 밖은 좀비의 세상이지만 백화점 안에서는 마음대로 물건을 먹고 마시고 노는 사람들. 그들은 그곳을 떠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백화점의 물건들이 무한한 것도 아닌데,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그들은 그 생활에 익숙해지고 만다. 어쩌면 현재를 즐기라는 말을 실천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마침내 백화점을 박차고 나와야 할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수백, 수천, 수만으로 보이는 좀비 떼를 뚫고 안전지대로 갈 수 있을 것인가?가장 끔찍했던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맞이하는 수많은 좀비들일 것이다. 마치 탑가수의 라이브 공연 실황이라고 착각할 수 있겠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무리는 사람이 아니라 좀비들이었다.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면……. ,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쩌면 난 그 전에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말로는 세상을 왕따시키겠다고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는 문장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났다. 뭐라고 해야 할까. , 만약에 좀비들이 득실거리면 그냥 좀비가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그러면 적어도 나 혼자만 남았다는 공포와 외로움에 휩싸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 그러니까 결국은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도 자연스레 들었다. 이 세상은 남들과 다른 개성을 가지라고 하면서도, 튀어나온 못은 용납하지 못하니까. 대부분은 나와 다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그러다 보니 떠오른 음모론이 있다. 이 영화는 남들 하는 대로 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세뇌하고자 만든 영화가 아닐까? 포기하면 편하다고 누군가 말하는 것처럼, 남들 다 좀비가 되어 있는데 혼자 살려고 애쓰지 말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그냥,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면 외롭지도 않고, 튀지도 않고, 속 편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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