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서양 영화

어둠을 보았다 Sightless, 2020

by 왕님 2025. 1. 29.

원제 - Sightless, 2020

감독 - 쿠퍼 칼

출연 - 매들린 팻쉬, 알렉산더 코치, 디셈버 엔스밍거, 리 존스

 

 

바이올리니스트인 엘렌은 어느 날 괴한의 공격을 받는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일본에 있는 오빠가 고용한 간병인인 클레이튼의 도움으로, 그녀는 차츰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적응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친구와 오빠의 연락이 끊어지고, 누군가의 습격을 받는다. 경찰을 불렀지만, CCTV에는 그 누구도 출입한 기록이 없다는 답변뿐이다. 게다가 우연히 알게 된 옆집 여자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고, 아무도 믿지 말라는 이상한 말을 남긴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엘렌은 자살을 결심하고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데…….

 

갑작스러운 테러로 시력을 잃은 주인공. 지인이나 친척도 주위에 없는 상황. 믿고 의지할 사람은 오직 간병인뿐. 하지만 계속해서 그녀의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과연 이 모든 것은 PTSD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환상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 교묘하게 함정을 파둔 것일까?

 

이런 설정의 작품을 몇 편 봤다면, 시작하자마자 용의자를 추릴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이런 경우에 제일 의심스러운 것은 재산과 관련된 가족 내지는 전남편(전부인) 또는 매니저 아니면 다른 목표가 있는 간병인이다. 그런 경우에는 복수라든지 혼자만의 망상이라든지 집착, 뭐 그런 동기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여간 이 영화는, 그 많은 목록 중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단 한 명뿐이다. 바로 간병인. 그러니까 그가 제일 유력한 용의자다. 스포일러일까? ,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설정의 작품을 많이 접했다면, 범인은 너무도 뻔하다. 이건 스포일러 축에도 들지 못한다. 이제 영화는, 주인공이 이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달려있다.

 

처음부터 앞이 보이지 않아 어둠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주변 사물을 익숙하게 인식하고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어두워질 때까지 Wait Until Dark, 1967’의 주인공 수지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엘렌은, 사고에서 겨우 살아나 퇴원한 것이기에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다. 거기다 머무는 아파트도 원래 살던 곳이 아닌, 오빠가 마련해준 새로운 거주지였다. 그러니 집안 구조에 익숙지 않고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하다.

 

그 부분이 바로 영화가 주는 공포 지점이었다. 엘렌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비밀을 알아차리는 순간, 지금까지 믿었던 모든 것을 믿을 수 없게 된 바로 그 순간, 그제야 엘렌과 같은 착각에 빠져있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엘렌이 느꼈던 무능력함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이건 그 전부터 엘렌이 보는 것과 똑같은 것을 보여줬던 제작진의 노림수가 제대로 먹힌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가 좀 힘들었다. 아무래도 제한적인 공간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엘렌의 상황과 몇 안 되는 등장인물로 이끌어가기가 역부족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엉망이라는 말이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하지? % 부족한 느낌? 만약 엘렌이 호러스릴러SF추리 장르를 평소에 보았다면, 상황은 좀 달라졌을 것이다. 모든 것을 그대로 믿는 게 아니라 의심도 좀 하고, 발상의 전환도 좀 해보고. , 그러면 영화 진행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가끔은 이런 장르에 빠삭한 주인공이 함정을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악당과 맞서는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악당도 멍청한 게 아니라 교묘하고 음흉하며 지능적이면 더 좋을 것 같다. 주인공의 똑똑함을 보여주기 위해 악당을 멍청하게 만드는 영화는 코미디 장르에서만 허용될 테니까.

 

몇몇 부분은 아쉽지만, 그래도 꽤 흥미있게 본 영화였다.

 

 

LIST

'영화 > 서양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을 때까지 Till Death, 2021  (0) 2025.02.08
킵 와칭 Keep Watching, 2016  (0) 2025.01.30
아이 씨 유 I See You, 2019  (0) 2025.01.28
보이 비하인드 도어 The Boy Behind the Door, 2021  (0) 2025.01.25
목소리들, Voces 2020  (0) 202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