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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추리

탐정 탐구 생활

by 왕님 2024. 10. 17.

원제 - In the Queens' Parlor and Other Leaves from the Editors' Notebook, 1957

저자 - 엘러리 퀸

 

 

  역자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 원제가 ‘Queens' Parlor’ 그러니까 ‘퀸의 응접실’이다. 그걸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면, ‘엘러리 퀸’과 다른 추리 소설 작가들, 특히 ‘딕슨 카’와 함께 파이프 담배를 피우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당대의 추리 소설 작가들이 모여서 각자 생각해온 트릭이라든지, 자신이 생각하는 명 소설 또는 새로 나온 작품에 대해 얘기하다니…….

  아, 옆에서 보기만 해도 멋질 것 같다. 열혈 방청객 모드로 열심히 박수치고 ‘오오~’라든지 ‘아하!’하는 추임새 넣을 수 있는데……. 하지만 여기 나오는 작가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살아생전에 그런 일을 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죽는 건 무섭지만, 죽어서 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아니 잠깐. 죽어서도 만난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냥 책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퀸의 응접실에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옆에 앉아서, 그가 들려주는 탐정 소설과 작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담배는 안 피니까 거절하고, 차나 술 한 잔을 곁들이면 더 없이 좋겠다.

  지난번에 읽은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Queen's Quorum: A History of Detective-Crime Short Story’가 탐정 소설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면, 이 책은 소설과 작가를 주로 얘기하고 있다. 퀸과 친구 작가들이 각자 선정한 소설 목록이라든지, 트릭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 작가가 작품의 소재를 어떻게 얻고 그것을 어떻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지에 대한 얘기 등등이 들어있다. 퀸의 학구열은 너무도 왕성해서 심지어 작가 증정본에 적힌 문장을 읽고 작가와 증정 받은 사람의 관계를 연구할 정도였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헐?’하는 대목을 발견했다. 퀸이 탐정인 엘러리를 독신으로 남기겠다고 말한 것이다. 어째서? ‘로마 모자 미스터리 The Roman Hat Mystery, 1929’에서 분명히 엘러리는 은퇴한 아버지, 부인 그리고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고 나왔었는데? 뭐지? 이혼? 사별?

게다가 비서인 ‘니키’라는 사람에 대한 언급도 나오는데, 아직까지 내가 읽은 시리즈에서는 본 적이 없다. 아직 읽지 않은 작품에 등장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퀸 시리즈는 나올 기미가 안 보일 뿐이고. 갑자기 포와로의 유능하고 개성 넘치는 비서 ‘레몬’양이 떠오르면서, 퀸의 니키양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레몬 양은 드라마에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는데, 니키 양은 과연?

  ‘코넬 울리치’라는 작가에 관한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다른 필명은 ‘윌리엄 아이리시’인데, 퀸의 설명이 너무 웃겼다. 작가 약력에 윌리엄 아이리시는 화,목,토에 기혼이라고 적혀있고, 코넬 울리치는 월,수,금에 기혼이라고 되어있단다. 그러면 일요일은? 뭔가 음모가 떠올랐지만, 진상을 알 길은 없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미 다 고인이 되어버렸다. 분신사바를 하면 되려나?

  이 책에서 퀸은 탐정 소설의 정수를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있음직하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탐정의 역할이니까. 그 과정에서 독자는 ‘어머어머’를 연발하면서 뒤통수도 한 번 맞고, 자신의 센스 없음을 한탄하고 그러는 것이다. 그게 탐정 소설의 묘미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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