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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추리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by 왕님 2024. 9. 30.

원제 - Queen's Quorum: A History of Detective-Crime Short Story as Revealed by the 125 Most Important Books Published in this Field, 1845-1967

  저자 - 엘러리 퀸

 

  엘러리 퀸이 범죄 미스터리 소설들 중에서 '어머, 이건 꼭 읽어봐야 해!'라는 마음으로 총 125편의 단편을 시대별로 기록해놓은 책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단편만 기록해두었다. 그 때문에 장편만 발표한 작가와 그 작품은 제외되었다. 또한 1967년까지만 기록해두어서, 이후에 나온 작가들은 아쉽게도 명단에 없다. 안타깝다. 엘러리 퀸이 스티븐 킹을 어떻게 말할지 궁금했는데…….

  퀸 소설의 특징 중의 하나는 풍부한 지식과 유쾌한 유머 감각이다. 그런 기질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발휘되고 있었다. 하긴 당대에 나온 거의 모든 추리소설들을 읽어야 이런 책을 쓸 수 있으니, 지식의 풍부함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다른 책을 소개하는 내용인데 유머 감각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의아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곳곳에 두 사람, 엘러리 퀸은 두 사람의 합작품이니까 그 두 명의 재치가 번득이고 있었다. 특히 '우리는 미국 전체에서 심농의 자필 서명이 있는 단편집들을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다 - p.149'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자랑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두 사람의 설렘과 으스댐이 느껴졌다. 헐, 조르주 심농 Georges Simenon이 직접 서명한 단편집이라니! 또한 영국에서 큰 히트를 친 '맥스 캐로도스' 시리즈가 미국에서는 출간된 적이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 캐로도스는 놀라운 추리 실력을 가졌지만 '미국 출판업자의 둔감함을 설명할 수 없다! - p.113'라고 비꼬기도 한다.

  엘러리 퀸은 탐정 소설의 시작을 성경에서 찾아냈다. 그 당시는 탐정이라 불리지 않았지만, 사건이 생기고 그걸 해결하는 사람이 있는 형식의 이야기를 시초로 보았다. 그리고 탐정 소설의 시조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에드거 앨런 포'에게 붙였다. 추리 소설의 역사에서 '포'의 역할은 엄청나다. 그가 창조한 탐정 '뒤팽'은 이후 거의 모든 탐정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독신, 미혼, 예술에 조예가 깊음, 물려받은 재산이 있음 등등. 하지만 엘러리 퀸은 그가 그 이상의 존재라는 걸 말하기 위해 이런 기도문을 작성했다.

  '태초에 포가 했던 말을 기억하라. 포가 탐정소설이 생겨라 했더니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포가 자신의 심상으로 탐정소설을 창조하고 자신이 창조한 모든 것을 바라보았을 때, 포기 보기에 좋았다. 그리고 그는 애초에 단편 형식에 탐정을 보냈고, 그리고 그 형식은 영원히 진정한 형식으로 남을 것이다. 아멘'

  이후 너무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셜록 홈즈'와 탐정 소설의 황금기를 이룬 '브라운 신부', '뤼팽', 그리고 '손다이크 박사'등의 여러 탐정과 작가들이 등장한다. 또한 근대에 이으러 등장한 '포와로', '피터 윔지', '메그레 경감', 그리고 '엘러리 퀸'까지 익숙한 이름은 물론이고 처음 들어보는 작가와 소설들이 이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하악하악대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만져보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그냥 보기만이라도 하고 싶다! 어디 가면 읽을 수 있을까? 미국에 가야 하나? 으아아아아앙 읽고 싶어!

  그래, 결심했어! 오늘부터 로또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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