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Copycat Killer, 模仿犯 2023
원작 –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모방범 模仿犯’
제작 – 장룽지, 장형루
출연 – 오강인, 가가연, 임심여
원작은 일본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인데, 드라마를 만든 나라는 대만이다. 원작 소설이 3권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두께도 만만치 않아서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기에 ‘옳다구나’ 하면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가 재미있으면, ‘원작은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원작을 읽어야지!’라고 할 테고, 드라마가 재미없으면 ‘원작을 얼마나 조져놨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봐야지!’라고 할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국은 원작을 읽어보는 거로 결론이 난다는 얘기인데, 과연 언제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 드라마에는 진입 장벽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름이다. 궈샤오치, 친이쥔, 아오야츠, 후윈후이……. 이름이 입에 착 붙지 않는다. 외워지지도 않고. 이건 내가 나이를 먹어서 기억력이 감퇴한 게 아니라, 중국계 이름을 한자가 아닌, 그 나라에서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는 요즘 외국어 표기법의 문제라고 우겨본다.
그래서 결국 이름을 외우기는 포기하고, 주인공 검사, 심리상담가이자 검사 전 여친, 반장님, 앵커, 기자, 카메라맨 등등의 직업군으로 매칭시키면서 봤다. 물론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두 명 나오면 좀 문제가 생겼지만…….
공원에서 여자의 손이 발견된다. 주인공 검사는 이번에 발견된 손에 있는 상처와 몇 년 전에 범인이 자수한 사건의 피해자에게 있던 것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간 검사는, 그가 거짓으로 자백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한다. 그런 와중, 또 다른 여성이 실종되고 시체가 발견되는데…….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는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하고자 한 것 같은데, 그냥 같은 얘기가 반복된다는 느낌만 들었다. 딱 한 번만 보여주면서 인상적으로 처리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감독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의 심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상황이 달라도 그게 다 비슷비슷하다는 거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드라마는 나름 쫄깃하게 볼만했다. 중반부를 지나가면서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그때부터는 과연 범인이 어떻게 경찰의 눈을 피할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어차피 잡히겠지만, 그 전까지 얼마나 잘 발버둥 치면서 도망 다닐까 보는 재미도 있을 테니까.
사람에게는 한계점이 있다. 그 부분까지 도달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면, 이유를 막론하고 사람은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 전까지는 사서삼경에 법전을 줄줄 외우고 성인과 현자의 말씀을 암송하며 그 뒤를 따르는 삶을 살았다고 해도, 그때는 모든 것을 잊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머리가 아닌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
범인은 사람들의 그런 점을 노려서 범행을 저질러왔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무너지는지, 어떻게 하면 굴복하는지, 어떻게 하면 괴로워하는지 파악하고 실천에 옮겼다. 아마 그게 그 사람의 즐거움이자 패인이었던 것 같다. 결국, 똑같은 수법으로 당하고 말았으니까. 음, 똑같다고 하니 그 사람에게 당한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 수위가 무척이나 낮은 단계로 당하고 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결국, 그 사람의 한계는 딱 거기까지였다.
생각해보니 좀 분하다. 겨우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에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당하고 말았다니 말이다. 진짜 별거 아닌, 자기보다 잘난 여자를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끼면서 어떻게든 약점을 잡아 고꾸라뜨릴 계기만 엿보는, 과대망상에 걸린 찌질이였는데 말이다.
드라마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청률을 위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 어디까지 파렴치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다는 명목이라지만, 글쎄? 시청률과 거기에 이어지는 광고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원작이 읽어보고 싶어지는 드라마였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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