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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다큐

뒤바뀐 형제들 보고타 쌍둥이 사건

by 왕님 2025. 6. 22.

원제 - The Accidental Twins, 2024

감독 - 알레산드로 앙굴로

 

 

호르헤는 어느날 회사 동료로부터 이상한 말을 듣는다. 옆 동네 정육점에서 일하는 자신을 봤다는 것이다. 동료는 그에게 호르헤를 닮은 사람의 페이스북을 보여주는데, 이럴 수가! 그와 너무도 닮은 남자가 있었다. 더욱더 놀라운 건, 그 남자도 자신과 똑같이 이란성 쌍둥이가 있었고, 그 둘 역시 닮았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답은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뒤바뀐 형제들, 그러니까 AB, CD는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쌍둥이로 태어났다. 그런데 한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지만, 아이가 바뀌고 만 것이다. 그래서 AC, BD가 자신들은 이란성 쌍둥이라 믿으며 형제로 자란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A의 회사 동료가 우연히 정육점에서 일하는 C를 발견하기까지는.

이 방송은, 누구의 잘못이라고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 당시 혼란스러웠던 시대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병원 관계자들을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그게 말이 되나? 한 집은 도시에서, 다른 한 집은 시골에서 살고 있었다.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도 제대로 다닐 환경이 아니었다. 학교에 다니는 대신 집안일과 농사일을 했으며, 군대도 일찍 다녀왔다.

만약 나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에게는 어떤 부분에 재능이 있었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포기하고 살아야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이 집안 아이가 아니고, 만약 원래 집에서 살았다면 내가 재능이 있던 그걸 원하는 대로 배울 수 있었다면? 하지만 지금 부모님도 사랑으로 키워주셨고, 생물학적 부모라는 사람은 어쩐지 어색하고, 그런데 내 쌍둥이 형제가 진짜 내 형제가 아니라고 하고, 어쩐지 쌍둥이인데 안 닮았다고 생각하고 맞는 것도 없다고 투덜대면서 자랐던 게 진짜 혈연관계가 아니라서 그런 거였고. 어쩐지 난 주워 온 아이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그게 맞은 거였고. 내가 예민해서 식구들하고 안 맞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가족이 아니었다면. 그냥 다 싫어질 거 같다.

그런데 이 네 사람은 그걸 잘 극복했다. 원래 각자 가족과 사이도 좋았고, 나름 자기가 살아온 것에 그리 큰 불만을 가진 것 같지도 않다. 물론 방송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까지는 모르겠고, 보이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그렇다. 누굴 탓하거나 부러워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자극제로 삼았다. ‘빌어먹을 세상 다 망해라가 아닌, 잘살아보자고 노력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몇 년 전엔가,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들에 관한 우울하고 좋지 않은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그 아이들도 이 형제처럼 잘살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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