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rap, 2024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 조쉬 하트넷, 아리엘 도너휴, 살레카 샤말란, 헤일리 밀스, 알리슨 필
딸 ‘라일리’가 좋아하는 가수 ‘레이디 레이븐’의 콘서트장에 온 아빠 ‘쿠퍼’. 딸과 함께 주변을 돌아보던 그는 주변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의 입장이 끝나자 갑자기 완전 무장을 한 경찰들이 콘서트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는 직원에게서 경찰들이 ‘도살자’라 불리는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해 투입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중간 과정을 잘 모르지만, 그 살인마가 이 공연의 입장권을 산 것이 밝혀져 그를 잡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잡으려는 연쇄 살인자가 바로 쿠퍼라는 것인데…….
스포일러를 했다고? 아니다. 여기까지는 영화 예고편에 나온다. 이후 영화는 쿠퍼가 어떻게 FBI 프로파일러와 경찰의 계획을 알아내고 딸과 함께 무사히 경기장을 빠져나오는지, 또 FBI가 수많은 관중 사이에서 얼굴도 모르는 살인마를 잡아내는지 그 과정을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이었다. 내가 진짜 ‘더 비지트, The Visit, 2015’랑 ‘해프닝 The Happening, 2008’ 까지도 어떻게 쉴드를 쳤었는데, 이번 작품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이야기 구성이 왜 그 모양이야……. 내용이 너무 억지의 향연이었다.
특히, 콘서트장 매점에서 일하는 직원은 진짜 어이가 없었다. 예고편에서도 황당했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초면에 회사와 정부의 비밀 계획을 떠벌리는 사람이 있다? 이거 직원을 어떤 기준으로 뽑은 거지? 첨 보는 사이에도 이 정도면, 평소 직장에서 어떨지 상상이 가는데? 이 직원이 쿠퍼에게 말해주지 않았으면, FBI의 계획은 성공했고, 아, 영화가 진행되지 않겠구나. 아무리 극의 흐름을 위해서라지만 이 직원의 캐릭터는 너무 억지가 아닐까 싶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쿠퍼가 계획을 알아차리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을 텐데 말이다.
아니, 그것보다 FBI 비밀 작전이라기엔 너무 대놓고 하는 거 아닌가? 비밀리에 한다고 하지만,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무장 경찰이 투입되고, 민간인이 버젓이 경찰 회의장에 들어와도 아무도 모르고 등등. 비밀이라는 말이 미국과 우리나라의 뜻이 다른 모양이다.
거기다 레이디 레이븐 소속사의 행동은, 진짜 하…. 내가 연예계에서 일해본 적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그쪽 방면으로는 하나도 모르지만, 소속 가수를 그렇게 관리하면 안 되겠다는 건 알겠다. 일반 회사에서도 안 하는 짓을 하고 있다. 헐, 설마 미국 소속사는 그러나?
영화는, 아, 진짜 태클을 걸자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화면 하나하나 일일이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굳이? 연기력부터 시작해서, 허접스러운 이야기 흐름과 이해되지 않는 감정선, 음, 이건 서양과 동양, 성장배경, 생활 환경 등등이 다르니까 패스하자. 하여간 영화를 보는 내내 좋았던 부분을 찾기가 어려웠다.
지난여름에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나서, 엄청 많은 상상을 했다. 과연 감독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예고편이 다는 아니니까, 분명히 복선이나 반전이 있을 거야. 어쩌면 경찰이 잡으려는 살인마인 도살자는 따로 있고, 쿠퍼는 다른 도시에서 온 다른 살인마였던 거지. 그래서 그가 도살자를 잡아다가 경찰한테 넘겨주면서 의도치 않게 자기 정체가 드러나거나, 아니면 두 살인마가 서로를 알아차리고 상대를 경찰에게 넘기고 자기는 풀려나려고 수를 쓰는 거지 등등, 이 외에도 대여섯 가지의 이야기를 추측해보았다. 진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본 후, 내 행복했던 상상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흐음, 자화자찬인 것 같지만, 내가 상상한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아무래도 레이디 레이븐의 공연에 너무 집중하고, 레이디 레이븐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다른 부분이 소홀해진 건 아닐까 싶다. 그녀의 공연이 그렇게까지 멋지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공연 실황보다는 그 뒤에서 FBI와 쿠퍼의 수 싸움이 더 궁금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왜 저런 공연을 십 대 애들이 좋아하나 싶을 정도였다. 아, 미국 십 대는 저런 취향인가?
나이트 샤말란 감독, 대놓고 딸 바보구나! 하지만 딸 바보 노릇은 집에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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